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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복면 ‘마미손’의 유쾌한 모험

등록 : 2018.09.21 04:40

발라드랩 대표주자 매드클라운, 느닷없이 복면 쓰고 경연 출연

래퍼 마미손은 신곡 '소년점프' 뮤직비디오에서 "폭염에 복면 쓰고 불 구덩이에 처박힌 내 기분을 니들이 알아?"라고 랩을 한다. 아래 사진은 그가 Mnet '쇼미더머니777' 경연에서 떨어져 무대 밖으로 퇴장하는 모습. Mnet 제공 등

10여분 간격으로 전화 세 통을 연달아서 했지만 받지 않았다. 지난 14일 TV에 분홍색 복면을 쓰고 나와 랩을 해 힙합신을 발칵 뒤집어 놓은 래퍼 마미손은 여전히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숨바꼭질 놀이 중이다.

19일 카카오톡으로 인터뷰 요청을 하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전 근데 마미손 관련돼서는 잘 몰라요~’.다른 일로는 언제든지 물어봐도 좋다며 예의를 잔뜩 갖춰 시치미를 뚝 떼니 당할 재간이 없다. 마미손은 잠시 후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쿠폰을 보내왔다. 그의 정체를 벗기려는 기자의 노력이 가상하다고 생각한 걸까. 일단 후퇴할 수밖에.

마미손. 집 싱크대마다 걸려 있을 분홍빛 고무장갑이 아니다. 요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래퍼다. 그는 Mnet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6년 방송된 ‘쇼미더머니5’에 프로듀서로 나왔던 유명 래퍼가 2년 뒤 느닷없이 복면을 쓰고 지원자로 출연했으니 눈길을 끌 수 밖에.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일이 때론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를 바꿔 놓는 법. 마미손은 경연에서 떨어진 뒤 오히려 더 주목받고 있다. “폭염에 복면 쓰고 불구덩이에 처박힌(‘쇼미더머니777’ 탈락 때 퇴장하는 방식) 내 기분을 니들이 알아?” 마미손은 ‘쇼미더머니777’에 떨어진 직후 심경 등을 담은 노래 ‘소년점프’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렸고, 이 영상은 공개 닷새 만에 조회 수 450만여 건을 넘어서며 인기다. 마미손은 자신을 떨어뜨린 프로듀서들을 “악당들”이라 표현하며 “한국 힙합 망해라” “내가 여기서 쓰러질 거 같냐?”고 위악을 부려 웃음을 준다. 앞서 ‘쇼미더머니5’에 출연해 ‘바른 생활 사나이’로 불렸던 래퍼의 반전이다.

래퍼 마미손의 집 앞에 유명 고무장갑 브랜드 제품이 박스채로 쌓여있다. 마미손이 지난 14일 Mnet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한 뒤 해당 회사에서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마미손 인스타그램 캡처

2008년 데뷔한 매드클라운은 아이돌그룹 씨스타 출신 소유가 참여한 ‘착해 빠졌어’(2013)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유명한 여성 가수 수란과 함께 한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2017)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발라드 랩’의 대표주자로 불리며 대중적인 인지도는 쌓였지만, 자유롭고 개성 강한 래퍼 특유의 멋은 묻혔다. 이 틀을 벗어나기 위해 매드클라운은 복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 것이다.

매드클라운과 마미손의 노래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마미손이 음원 무료 공유 사이트인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둔 노래 ‘존나뻥’ 등의 가사는 직설적이고 거칠다. 마마손의 곡들에선 매드클라운의 노래에선 느낄 수 없는 B급 정취가 가득하다.

그의 모험은 일단 성공적이다. ‘쇼미더머니777’후 매드클라운이 선 무대엔 그의 팬들이 분홍빛 고무장갑을 낀 뒤 “마미손”을 외치며 환호한다.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음악적 새로움을 준 덕분”(김상화 음악평론가)이다.

한국에선 이례적이지만 해외에선 한 가수가 또 하나의 예술적 분신 즉 페르소나를 만들어 활동한 사례가 종종 있다. 1990년대 미국 컨트리 음악의 전설이었던 가스 브룩스는 크리스 게인즈란 예명의 로커로 변신, 노래 ‘로스트 인 유’를 내 반전을 줬다. 마미손은 ‘소년점프’에서 “주인공은 죽지 않아”라며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고 랩을 한다. 마미손이 계획한 ‘큰 그림’에 대중은 즐겁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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