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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무비시크릿] '스윙키즈' 도경수, 연기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나

등록 : 2018.12.07 13:33

‘스윙키즈’ 스틸

"로기수 역에 소처럼 맑은 눈을 가진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어요. 도경수를 보자마자 로기수가 보였죠. 경수의 눈이 너무 좋잖아요. 그래서 제가 영화 촬영 전에 했던 얘기가 '눈을 쓰지 말자. 아꼈다가 마지막에 쓰자'였어요."-'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영화 '스윙키즈' 주연으로 나선 도경수는 지난 2012년 그룹 엑소로 데뷔했다. 디오라는 예명이 익숙했던 그가 이제는 '도경수'라는 본명 세 글자로 관객들에게 각인되고 있다.더이상 '연기돌'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배우'라는 옷은 도경수에게 크고 강한 날개를 달아줬다. 그리고 그는 더 높이 비상 중이다.

스크린에 데뷔한 건 불과 4년 전이다. 2014년 '카트' 조연으로 데뷔한 도경수는 대선배들 사이에서 귀엽고 수줍은 모습으로 등장해 기자간담회를 갖던 신인 배우였다. 하지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영화계 많은 관계자들이 그에게 주목했다. '꾸며내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그의 강점이었다. 이후 '순정'(2015)과 '형'(2016)을 거쳐 '7호실'(2017)에서 활약하며 색깔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에서는 관심병사 역을 맡아 김동욱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김용화 감독은 도경수가 밤새 공연을 한 뒤에도 완벽하게 촬영 준비를 해오는 '프로'라며 극찬한 바 있다. 지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도경수는 나이에 비해 무척 성숙한 사고를 지녔고, 언제나 침착하고 고요하다.

'스윙키즈'에서 함께한 강형철 감독 역시 이 같은 도경수의 면모를 언급하며 "애늙은이 같다"면서 웃었다. 아이돌 그룹의 춤과는 완전히 장르가 다른, 탭댄스라는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면서 끝없는 연습으로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 도경수가 촬영장에 와서 일취월장한 실력을 내보일 때마다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강 감독이 "예뻐죽겠다"고 말하는 것이 실로 납득이 된다.

‘스윙키즈’ 스틸

오는 19일 개봉하는 '스윙키즈'는 극단적인 이념 갈등에 휩싸인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북한 전쟁포로와 민간인들이 팀을 꾸려 탭댄스 무대에 서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도경수, 박혜수, 오정세 그리고 브로드웨이 최고의 탭댄서이자 배우인 자레드 그라임스까지 합세해 넘실대는 에너지를 자랑한다.

영화는 매 장면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찍을 수 없었다는 감독의 회상처럼 모든 신에 공을 들인 것을 단숨에 알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흠 잡을 데가 없다. 주연부터 조단역까지 오디션을 통해 철저히 검증해 캐스팅했다. 그래서인지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고, 관객이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스윙키즈’ 스틸

그 중에서도 도경수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긍정적 의미에서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캐릭터를 위해 삭발을 자처했고, 매끄러운 북한 사투리 구사는 물론이요, 현란한 탭댄스로 시선을 강탈한다. 포로수용소에서 '미제 댄스'에 매료돼 죄책감을 느끼는 로기수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긴 대사가 없이도 즉각 전달돼 관객들이 이입하게 만든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댄서이자 배우인 자레드 그라임스와 케미도 대단하다. 그는 2014년 미국 유명 뮤지컬 시상식인 아스테어 어워드(Astaire Award)에서 최고의 남자 퍼포머 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이번 영화에서 오합지졸 댄스단의 리더가 되는 잭슨 하사 역을 맡았다. 도경수와 자레드 그라임스의 탭댄스 엔딩신은 '스윙키즈'의 명장면 중 하나다.

앞서 도경수는 '형' 개봉 당시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는 입장에서 역할이 커질 때마다 부담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막중한 책임감이나 부담감에 사로잡혀 실력 발휘를 못하고 헤매는 이들도 있는 반면, 도경수에게 부담감은 끝없는 노력으로 치환됐고 그것이 건강한 에너지로 승화돼 연기를 통해 발산된다.

담백한 성격 역시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듯하다. 평소 희로애락을 크게 표현하지 않는 도경수는 연기를 할 때 내면의 다양한 감정들을 뿜어내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매 순간 진심을 담아 연기한다. '스윙키즈'를 보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도경수라는 보석 같은 배우가 있음에 감사했다. '스윙키즈'엔 도경수가 없고 오로지 로기수만 존재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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