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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일방통행? 멀티플렉스의 관람권리 침해?

등록 : 2018.12.11 04:40

 작년 ‘옥자’ 이어 이번엔 ‘로마’ 
 넷플릭스, 극장ㆍ온라인 동시개봉 
 CGV 등 3사, 스크린 배정 거부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인 ‘로마’는 국내 예술영화 애호가들이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은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글로벌 공룡업체의 상도의 훼손인가, 멀티플렉스의 관객 관람 권리 침해인가.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영화 ‘로마’의 국내 극장 개봉을 강행하면서 지난해 6월 봉준호 감독의 ‘옥자’ 개봉으로 불거진 신구 플랫폼의 힘 겨루기와 ‘관람 권리’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10일 ‘로마’ 언론시사회를 열고 14일 온라인 공개에 앞서 12일 이 영화를 극장 개봉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넷플릭스 영화 ‘옥자’ 개봉 때와 마찬가지로 ‘로마’의 스크린 배정을 거부했다.

‘로마’는 2013년 ‘그래비티’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17년 만에 고국 멕시코로 돌아가 모국어로 만든 작품이다. 1970년대 초 정치적 혼돈을 겪던 멕시코시티의 로마라는 동네를 배경으로 가정부 클레오의 삶과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쿠아론 감독이 유년 시절 자신을 길러준 여성들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담은 자전적 영화이다.

‘로마’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최근 뉴욕영화평론가협회와 로스앤젤레스영화평론가협회로부터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내년 1월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도 감독상과 각본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등 주요 부문에 후보로 초청됐다. 아카데미영화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당초 ‘로마’는 온라인에서만 공개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넷플릭스가 지난 10월 말 극장 개봉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극장 상영이 추진됐다. 규모는 크지 않다. 대한극장과 서울극장 등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극장과 예술영화전용관 등 전국 40여개 극장에서만 볼 수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은 넷플릭스의 극장ㆍ온라인 동시 개봉 정책에 반발하며 ‘로마’ 상영을 거부했다. 온라인 공개 이전에 극장 상영 기간이 충분하게 확보돼야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마’는 극장 개봉과 온라인 공개 사이 간격이 2일에 불과하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넷플릭스가 극장과 협의도 없이 개봉일을 발표했다”며 “넷플릭스의 일방 통행식 정책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국가 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는 지난달 21일 이미 극장 개봉했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최대 3주까지 극장 상영을 배려하면서 한국에서는 사실상 동시개봉이나 마찬가지인 2일밖에 주지 않는 건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넷플릭스가 각 나라의 극장 생태계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영화 외에도 여러 중소 규모 영화들이 ‘극장ㆍIPTV 동시 개봉’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내 영화 시장에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넷플릭스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멀티플렉스체인의 집단 상영 거부는 관객이 좀 더 안락하게 영화를 볼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마’를 둘러싼 갈등은 금세 잦아들 공산이 크다. ‘로마’가 ‘옥자’보다는 대중성이 약한 예술영화이고 연말 대작들이 화제를 독점하고 있어 관객의 주요 관심권에서도 살짝 비켜난 감이 없지 않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극장 수익을 기대하고 ‘로마’ 개봉을 추진한 건 아닐 것”이라며 “‘옥자’ 논란으로 넷플릭스가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거뒀듯 ‘로마’로 또 한 번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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