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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어린 후배들 친구처럼 생각, 나이는 중요치 않죠"

등록 : 2018.12.13 19:59

세상을 살다 보면 이른바 '꼰대'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자신보다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을 하대하는 꼰대들은 아무리 피하려 해도 도처에 널려있는 게 슬픈 현실이다.그저 나이가 많고 세상물정을 더 잘 안다고 해서 무조건 존경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법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걸 모르는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 박중훈이 더 대단하다. 표현이 좀 우습지만, 그는 '반(反) 꼰대'의 삶을 지향한다. 데뷔 33년차, 강산이 변해도 세 번은 변했을 시간이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했고, 긴 시간 톱스타의 자리를 지켰다.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고, 연예계 대선배가 된 그이지만 유연한 사고방식은 웬만한 젊은이들 못지않다. 소싯적 영광을 잊지 못한 채 화석처럼 굳어간 그 누군가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소탈한 매력과 리더십은 예능 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에서 완벽히 드러난다. 포차의 맏형이자 박사장인 그는 '제대로 된 리더', '진짜 어른'의 매력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후배들과의 케미스트리도 무척 좋다. 편안하고 유쾌한 그의 모습은 꾸며내지 않았기에 더욱 자연스럽다.

최근 본지와 만난 박중훈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두 가지 이유를 털어놨다.

"10여년 가까이 대중들에게 소개하지 못한 나를, 전혀 모르는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20~30대 때는 코미디 영화를 하고 까불까불한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무섭고 무거운 사람이 되니까 '살다가 별일이 다 있다' 싶더라고요. 하하. 저 무거운 사람 아니에요!"

연기 경력 30년이 넘은 선배라는 위치는 박중훈을 '대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예능 프로그램은 말랑말랑한 실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창구임에 분명했다.

"'국경 없는 포차'가 방송되고 나면 내가 무서운 꼰대가 아니라는 걸 느낄 거 같더라고요."

이 프로그램에서 박중훈은 1990년생인 신세경, 1991년생인 샘 오취리 등과 호흡을 맞춘다. 약 25년 정도의 세월을 뛰어넘은 우정이다. 덕분에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다. 샘 오취리가 "형"이라 부르며 편하게 지내다, 어느날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고 박중훈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오취리 왈, 박중훈이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또래라는 것을 알고 조심스러워졌단다.

일화를 전하며 크게 웃던 박중훈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나의 어제를 사는 게 아니라 지금 같이 사는 친군데 나이가 어릴 뿐이다. 3백년 전이라고 생각해봐라. 나이 차가 뭐가 중요한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이가 많은데 나한테 감히 이러나?' 하는 생각은 철저하게 지양하는 성격이다"라고 털어놨다.

박중훈이 가장 영향을 받은 건 선배 안성기다. 안성기는 평소 후배들을 존중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기로 유명하다. 박중훈 역시 후배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안다.

"연령이 젊어도 생각이 굳어있으면 젊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선배들 중에도 '넌 이런 성공 해봤냐' 하며 그 외로운 판단으로 확신의 함정에 빠지는 분들이 있죠. 존중 받고 칭송 받기를 원하며 시대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누구보다 열린 사고방식을 지닌 그는 가족들에게도 친구 같은 아빠다. 어떤 얘기든 편히 나눌 수 있고, 가장으로서 결코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모습들이 일상에서도 배어 나와 스무 살, 서른 살이 어린 사람과 소통을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했던가. 박중훈이야말로 그런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예계는 연공서열이 높다고 유리한 분야가 아닙니다. 동전 쌓아올리기 같은 거예요. 처음엔 막 올라가는데 어느 수준이 넘어가면 흔들리고, 하나 쌓기가 진짜 힘든 상황이 오죠. 대중이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데, 오래된 사람들은 트렌드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여기서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하는 게 잘하는 걸 포함하는 거란 생각을 하게 돼요. 내년에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해야죠."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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