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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찍은 부대로… 박형식 “내달 군대갑니다”

등록 : 2019.05.16 15:23

수정 2019.05.16 21:56

영화 ‘배심원들’ 개봉… 다음달 예능프로 ‘진사’처럼 수방사 입대
박형식은 “영화 ‘배심원들’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첫 영화부터 마음이 잘 맞는 현장을 만나 기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UAA 제공

‘처음’이 이토록 설레는 단어였던가. 마치 진귀한 음식을 마주한 미식가처럼,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기다리는 마블 팬처럼, 소풍 가기 전날 잠 못 이루는 아이처럼, 첫 영화 ‘배심원들’을 이제 막 극장에 내놓은 배우 박형식(28)은 한껏 신나 있었다. “스크린에서 제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찌나 두근두근 떨리던지 식은땀까지 났어요.”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박형식은 아주 작은 호평에도 아주 크게 기뻐했다.

‘배심원들’은 2008년 대한민국 최초 국민참여재판을 모티브로, 배심원이 된 보통 사람들이 법이 아닌 상식으로 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모든 증거와 증언이 피고인의 유죄를 가리키는 상황에서 8번 배심원인 청년 창업가 남우(박형식)는 홀로 수사 기록까지 들여다보며 의문을 품고, 그로 인해 재판은 예측불가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신예 홍승완 감독은 군 체험 예능프로그램 MBC ‘진짜 사나이’에서 본 박형식을 떠올리고 시나리오를 건넸다. 당시 박형식은 어리바리한 ‘아기 병사’이지만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줘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아휴, 그때가 벌써 6년 전이에요. 저도 이제 곧 서른 살인 걸요. 제가 아기 병사 같은 모습이 아니라서 감독님이 당황하셨을 거예요. 하하.”

배심원 8명은 피고인의 자백에서 의문점을 발견하고 수사 과정의 허술함을 지적하며 유죄가 확실시되던 재판을 예측불가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아기 병사는 아니지만 남우는 박형식을 꽤 닮아 있다. 법을 모른다고 어영부영 다수결을 따르지 않고 유무죄를 확신할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재판장(문소리)이 남우에게 얘기하잖아요. ‘적당히’를 모르는 성격 같다고. 저도 좀 비슷해요. 게임을 시작하면 최고 레벨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고, 스킨스쿠버를 해도 마스터 등급은 따야 하죠.”

늦깎이 법대생, 주부, 회사원,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배심원 8명이 이루는 앙상블이 마치 잘 짜인 코미디 연극을 보는 듯하다. 덕분에 관객들도 배심원이 된 듯 법과 상식을 곱씹어 보며 영화 속 이야기에 적극 동참하게 된다. 배심원단 배우들은 촬영 전부터 날마다 리허설을 하며 호흡을 맞췄다. 상대 배우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면서 현장감 있게 연기한 것도, 첫 촬영 장면을 무려 27번 반복해 찍은 것도, 박형식에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드라마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순발력이 중요했어요. 반면 영화는 긴 호흡으로 나만의 ‘정서’를 유지해야 했어요.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집요하리만치 열정을 쏟아부어야 하고요. 문소리 선배가 이렇게 좋은 현장을 만난 건 운이 좋은 거라고 하셨어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박형식은 다음달 군 입대해 ‘아기 병사’가 된다.

박형식은 요양보호사인 2번 배심원의 대사 “처음이라 잘하고 싶어서 그래요”를 문득 떠올렸다. 그는 “인생 살다 보면 무수한 ‘처음’을 만나게 되고 그때마다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며 “그 대사가 꼭 내 마음 같아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으로 시작해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하고, 뮤지컬을 거쳐 영화로 보폭을 넓히기까지 박형식이 남모르게 흘린 땀방울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영화 출연 기회를 오래, 간절히 기다렸어요. 제가 감당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격이 주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JTBC ‘힘쎈여자 도봉순’(2017) 촬영할 때 전석호 선배가 그러셨어요. 영화를 꼭 해 보라고, 배우로서 보는 눈이 넓어진다고요. 그 말씀이 진짜 맞더라고요.” KBS ‘슈츠’(2018)와 ‘화랑’(2017) ‘가족끼리 왜 이래’(2015), SBS ‘상류사회’(2015) ‘상속자들’(2013), tvN ‘나인’(2013) 등 연기 경력이 제법 쌓였는데도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겸손해했다.

이제 막 첫 영화를 마친 박형식 앞에 또 다른 ‘처음’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 입대한다. ‘진짜 사나이’로 인연을 맺은 곳이다. “방송인데도 군대는 어디든 힘들더라고요. 기왕이면 제가 재미를 느끼고 칭찬받은 곳에 자원해 보자 싶었죠. 제가 수방사에서 사격 잘한다고 ‘스나이퍼 박’이라고 불렸거든요.” ‘배심원들’은 박형식이 입대 전 팬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이기도 하다. 박형식은 “부지런히 극장을 찾아 다니며 관객을 만나고 싶다”며 “군대 다녀온 뒤에도 저를 영화에 불러 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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