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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올 설 연휴엔 ‘영화로 뉴스 읽기’에 도전해볼까 ①

등록 : 2020.01.23 23:53

벤 애플렉(가운데)이 연출과 주연을 겸한 영화 ‘아르고’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군에 계속 몸담고 싶어하는 트랜스젠더 부사관, 검경의 역할을 둘러싼 조직간 및 사회 갈등,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 창궐로 공포에 휩싸인 지구촌, 이란과 미국의 오랜 적대적 관계 등 최근 쏟아지고 있는 국내외 뉴스들은 일찌감치 영화로 한번은 접해봤을 장면들이다.

요즘 영화는 단순히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가올 상황을 알기 쉽게 내다보고, 지난 과거를 복기하며 분석하는 도구로 이미 진화한지 오래다. 영화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영화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인가를 따지는 영화와 현실의 ‘순위 다툼’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는 이유다.

올 설 연휴에는 ‘영화로 뉴스 읽기’에 도전하면 어떨까. 우리 사회 곳곳에서 혹은 지구촌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일찌감치 스크린에 담아냈던 7편의 국내외 영화를 소개한다.

▶ 그들은 왜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 ‘아르고’

미국의 공습으로 인한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죽음이 몰고온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국면은 따지고 보면 그 역사적 뿌리가 매우 깊다. 이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던 무함마드 모사데크 정권이 195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사주한 군부 쿠데타에 의해 무너지면서부터다.

레자 샤 팔레비 국왕 등 팔레비 왕가 일원들은 군부 쿠데타로 왕정을 복원하지만, 1979년 10월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슬람 혁명으로 다시 쫓겨나게 된다.

2012년 개봉됐던 ‘아르고’는 바로 당시가 배경이다. 이란 대학생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대사관에 있던 90여명을 인질로 잡는 사건이 벌어진다. 인질들 가운데 미국인 6명이 인근의 캐나다 대사관으로 간신히 몸을 피하는데, 미 정부는 이들을 구해낼 대책 마련에 고심하던 중 CIA 구출 전문요원 토니 멘데스(벤 애플렉)를 투입한다.

멘데스는 아들이 보던 영화 ‘혹성탈출’에서 힌트를 얻어 ‘아르고’란 제목의 SF영화를 제작하겠다는 가짜 계획을 마련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뒤, 이란 현지 로케이션 촬영 준비를 핑계삼아 테헤란에 잠입한다.

조지 클루니가 제작자로 나서고 벤 애플렉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CIA 역사상 가장 영리한 작전으로 꼽혔던 ‘아르고’ 작전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차분한 연출력과 충실한 고증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총 한발 쏘지 않고 피 한방울 흐르지 않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 구축이 일품이다.

▶ 여성을 꿈꾸는 씨름선수와 형사 – ‘천하장사 마돈나’ ‘하이힐’

류덕환(사진)이 성 전환 수술을 꿈꾸는 뚱보 소년 오동구를 연기한 ‘천하장사 마돈나’의 한 장면. 싸이더스FNH 제공

성(性) 전환 수술을 받은 남성 부사관이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하다 강제 전역당한 뉴스가 최근 큰 화제를 모았다.

군인과 더불어 마초스러운 성향이 비교적 강한 직업으로 일컬어지는 씨름선수와 형사도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원했다. 물론 스크린에서다.

2006년작 ‘천하장사 마돈나’는 성 전환 수술 비용 마련을 위해 씨름에 도전하는 뚱보 소년 오동구(류덕환)가 주인공이다.

고운 심성과 괴력을 지닌 동구가 폭력적인 아버지(김윤석)와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낸다.

영화 ‘하이힐’에서 차승원(사진)은 비밀스러운 욕망을 품고 사는 강력계 형사 윤지욱을 연기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차승원이 ‘차줌마’가 아닌, 진짜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영화도 있다. 바로 ‘하이힐’이다.

2013년작인 이 영화는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감추기 위해 더욱 거칠게 사는 강력계 형사 윤지욱(차승원)을 앞세운다.

극중 지욱은 조직폭력배들이 이름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는 전설의 강력계 형사이지만, 여자로 살기 위해 이제까지의 생활을 정리하려 한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은 그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지휘봉을 잡은 장진 감독이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에 방점을 찍다 보니, 정작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중반으로 접어들며 갈 길을 잃어버리는 단점이 아쉽다.

액션과 내면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했던 차승원의 이색적인 열연은 높이 사 줄만한 작품이다. 그 와중에 밤마다 여장을 하고 거리로 나서는 차승원의 모습은 살짝 그로테스크하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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