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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칸은 왜? : 그들이 ‘사고뭉치’ 라스 폰 트리에를 끔찍하게 챙기는 이유②

등록 : 2018.05.16 12:59

수정 : 2018.05.16 13:00

라스 폰 트리에(맨 왼쪽) 감독과 유지태(가운데). 엣나인 필름 제공

가장 사랑하는 자식인데, 가끔 집에 올 때마다 어김없이 사고를 친다. 그것도 대형사고!

덴마크 출신 ‘문제적 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다시 한 번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연출 신작 ‘더 하우스 댓 잭 빌트’가 15일(현지시간) 프레스 스크리닝에서 관객 100여명이 상영 도중 퇴장하는 소동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잭(맷 딜런)이 연쇄살인마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유지태의 카메오 출연으로도 제작전 화제를 모았다.

칸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아유하고 중간에 자리를 일어서는 광경은 우리나라와 달리 흔한 편이다.시간을 쪼개가며 많은 영화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후지다’ 싶은 작품은 과감하게 외면한다.

그럼에도 100여명이 집단으로 퇴장한 것은 비교적 이례적이다. ‘표현 수위가 얼마나 높았으면 그랬을까’란 호기심마저 든다.

상영후 현지 외신은 입을 모아 “토할 거 같고 한심하다” “아동을 살해하는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런 영화는 만들어져선 안된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그가 2011년 ‘멜랑콜리아’로 초청됐을 당시 거의 횡설수설에 가까웠던 나치 옹호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지 7년만에 다시 온다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에는 ‘어둠속의 댄서’ 주연이었던 가수 겸 배우 뷔요크가 촬영 당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이 와중에 그가 갑자기 얌전한 감독으로 바뀌어 돌아올 것이라곤 누구도 믿지 않았다.

이처럼 부르기만 하면 사고를 치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을 칸은 왜 애지중지할까.

그는 한 마디로 칸이 발굴하고 키운 적자 중의 적자, 성골 중의 성골이다. 가끔 부름을 받는 6두품과는 격이 다른 신분이다.

그래서인지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 빈 손으로 돌아가는 법이 거의 없다. 1996년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심사위원 대상, 2000년 ‘어둠속의 댄서’로 황금종려상을 각각 거머쥐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신분(?)도 남다른데,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도그빌’) 등의 파격적인 표현 방식과 사회적 금기(‘브레이킹더 웨이브’ ‘안티크라이스트’)를 가뿐하게 뛰어넘는 도발적 스토리 전개로 새로운 영화 조류를 선도하고 이슈 메이커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산업이 아닌 ‘예술로서의 영화’를 주창하고 지향하는 칸으로선 그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자식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칸의 이 같은 ‘자식 사랑’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작품 본연의 완성도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작품을 대하는 창작자의 윤리적 태도를 중시 여기는 요즘 추세로 볼 때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칸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계속해서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신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배제 및 여성 영화인들에 대한 무관심 등 시대 착오적이란 비판에 직면한 칸의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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