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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남보라 "해방촌 신흥시장에 직접 만든 지도 선물" ①

등록 : 2018.06.14 15:59

남보라. HB엔터테인먼트 제공

6년 전, 기자와 처음 만난 남보라는 '붙임성 좋고 밝은 사람'이었다. 젖살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 크고 빛나는 눈동자를 지닌 그는 굉장히 능동적인 인터뷰이였다.

묻는 말에만 방어적으로 답변을 내놓던 많은 연예인들과 달리,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기자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보라는 13년 전인 지난 2005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천사들의 합창'에 가족들과 함께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13남매 중 둘째로, 싹싹하고 야무진 성격이 눈에 띄는 소녀였다. 올망졸망 귀여운 얼굴 역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2006년 KBS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그는 '내 인생의 황금기' '로드 넘버원' '영광의 재인' '해를 품은 달' '상어' '사랑해서 남주나' '사랑만 할래' '내 마음 반짝반짝'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영화 '써니' '무서운 이야기' '돈 크라이 마미' 등에 출연하며 다양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렸다.

데뷔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남보라는 여전히 밝고 털털하다. 가식적이지 않고 꾸밈이 없는 게 큰 장점이다. 그러나 예전보다 많은 부분에서 "조금 내려놓았다"고 털어놓는 그다. 확실히 그는 성숙해졌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

이하 스타한국('HI')과 남보라('보라')의 일문일답.

HI: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보라: 아, 정말 너무 아쉬웠어요. 진짜 내 가게 같았거든요.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최면에 걸리는 것처럼, 배우 남보라가 아니라 '치열한 보라식당' 주인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이상하게 주방에만 들어가면 사명감이 생겨서 '똑바로 해야 돼' '잘 해야 돼' 하는 게 생기더라고요.

HI: 첫 장사라 많이 힘들긴 했을 거 같다.

보라: 그런데 신기하게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하면서 너무 재밌고 '내가 연기 말고도 다른 걸 잘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릴 때 엄마 아빠 가게에서 장사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면서 그 시절의 내가 훅 들어오더라고요. 서빙하고 설거지하고 일 도와드리고 그랬던 기억이 났어요.

장사하며 제일 뿌듯했을 때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주방에서 볼 때. 미소가 싹 지어지는 거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찼어요.

HI: 부모님이 식당을 오래 운영하셨나?

보라: 할머니가 백반집을 하셨고, 엄마가 27살 때부터 레스토랑을 하셨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엄마랑 많이 얘기를 했어요. 엄마도 처음에는 요리를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볶음밥도 못하고 팝콘을 튀기는 법을 몰라서 주방장이 없는 날에는 많이 울었다고 하셨어요. 공감이 됐죠. 저도 요리가 안될 때는 울고 싶은 날이 있었거든요. 백종원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HI: 백종원 씨와 촬영하며 많이 배웠을 것 같다.

보라: 백종원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너무 팬이었어요. 선생님 가게가 새로 열리면 무조건 갔죠. 방송에 나와서 유명해지기 전부터 워낙 맛있어서 백종원 선생님 가게를 자주 다녔어요. 한 음식에 꽂히면 그게 질릴 때까지 먹는데, 체인점 같은 경우는 체인점을 다 다녀요. 그 중에서 제일 맛있는 지점만 가죠. 하하.

HI: 백종원 씨의 팬이었는데, 이번에 만나서 좋았겠다.

보라: 제가 백종원 선생님 만나서 '선생님 때문에 입시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어요. 똥튀김(백종원 식당의 메뉴)을 먹으면서 입시를 버텼다고요. 하하. 대학교 때 돈이 없을 때 3500원짜리 짬뽕을 먹으면서 보냈다고 하니 좋아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은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아요. 책도 읽어봤는데, 배울 점이 참 많은 분인 거 같아요. 어렵게 장사하는 분들의 마음을 아는 거 같고요. '나도 이 방송에서는 정말 허투루 하면 안되겠다, 진심을 담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정말로 저를 위한 방송이라기보단 이 골목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장사하는 사장님들의 뒷모습을 보는데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여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HI: 이번에 '치열한 보라식당' 방문한 지인 중 누구 반응이 가장 좋던가?

보라: (배우) 박진주 언니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기라고 얘기해주는 언닌데, 진짜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요. 언니 말고 다른 분들도 다들 맛있게 먹었고요.

남보라가 제작한 신흥시장 지도

HI: '골목식당' 출연하면서 주변 상인들과도 많이 친해진 것 같더라.

보라: 맞아요. 메뉴 개발이 되고 나니까 할 일이 없는 거에요. 장사 하지 않는 날에는 뭘 하지 고민을 하다가 노느니 또 일을 하자고 생각했죠. 무슨 일을 할까 동생과 상의했는데, 동생이 망원동 지도를 주면서 '망원경'이라는 상권 지도가 있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때마침 제가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분들(상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죠. 시간 날 때마다 신흥시장에 가서 가게 곳곳을 돌아다니며 얘기를 나눴어요.

HI: 그래서 결국 지도를 만들어 줬나?

보라: 그럼요. 제가 제작하려고 했을 때 그분들도 만들고 있다면서 작은 포맷을 보내줬어요. 그런데 너무 평범해서 제가 더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신흥시장을 봄' 지도를 만들었죠. 내가 봄에 온 것도 있고, 본다는 의미도 있고. 우리가 떠나도 시장이 계속 잘 됐으면 하고,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방송 나가는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HI: 얘기를 나눌수록 '골목식당'에 굉장히 애정이 많은 것 같다.

보라: 저는 '골목식당'을 전편들도 봤어요. 방송을 보고 골목에 가 보면 그 가게만 잘되니까 옆 가게들이 질투를 하더라고요. 이번에 지도를 만든 계기도 이 가게만 잘되는 게 아니라 골목 자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서에요. 방송에 나간 뒤에 사람들이 많아진 건 맞는데, 가는 가게들만 가니까 그게 안타깝더라고요. 지도를 만들어드리면 조금이라도 홍보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HI: 사실 '골목식당' 관련 댓글 반응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는데, 혹시 그 부분도 인지하고 있었나?

보라: 댓글 저도 봤어요. 이 부분은 말하기가 정말 조심스러운데, 제가 의욕적으로 해나가다 보니까 보는 입장에서 불편하셨던 거 같아요. 저는 식당집 딸로서 식당일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을 했거든요. 그런데 나의 욕심에 너무 의욕적으로 앞서 나갔던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너무 닦달하는 거 아니냐' 그런 반응을 보고, 제가 좀 더 한 템포 느리게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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